최근 해외 건축·디자인 매체 소식을 살펴보면, 서로 다른 나라에서 나온 프로젝트들이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새 집을 지을 때 그 땅에 쌓인 시간을 어떻게 다룰지, 집이 사는 사람의 생활 방식에서 출발하고 있는지가 그 질문이다. 이번 주 소식 네 건을 장소의 기억, 자연과의 관계, 사람 중심 설계라는 세 갈래로 나눠 읽어 본다.
작업장의 흔적을 지우지 않은 강변 주택
ArchDaily 브라질판에 따르면 Patara Architects가 설계한 마하차이 주택(Mahachai Residence)은 타친강 변에 자리한다. 이 땅은 원래 집주인이 배를 정비하던 창고가 있던 곳이다. 설계팀은 이 이력을 밀어내지 않았다. 대신 집을 낮 시간에 머무는 별장처럼 구성했다. 주인이 쉬면서 강을 바라보고, 해 질 녘 물빛이 금색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곳이다. 과거 이곳에서 일하던 기억은 구조와 재료에 담아 조용히 이어 가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눈여겨볼 점은 집의 용도다. 이 집은 잠을 자는 곳보다는 하루 중 일부를 보내는 휴식처에 가깝다. 그래서 풍경을 바라보는 방식과 재료가 주는 감각이 설계의 중심에 놓였다.
숲과 호수 사이의 고요한 은신처
ArchDaily 중국판에 따르면 Estudio Palacios의 주택 ‘라 네그리타(Casa La Negrita)’는 로스 몰리노스 호숫가에 있다. 주변은 유칼립투스 숲이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아름답고 생기 있으면서 기후까지 온화한 환경 속에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집을 만드는 것이었다. 앞의 강변 주택과 마찬가지로, 집을 주변 자연을 누리는 장치로 본 사례다.
사람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하는 설계
스페인 매체 METALOCUS는 태국 방콕의 건축 스튜디오 Only Human을 소개했다. 이 스튜디오는 2018년 Chayaluck Peechapat와 Runn Charksmithanont가 세웠다. 이들은 잘 설계된 공간에는 고유한 울림이 있다고 본다. 그 울림이 사람의 경험을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작업 과정은 관찰과 실험, 그리고 사용자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이 필요하며 어떤 식으로 사는지를 파악하려 한다.
기존 장소를 바꾸는 일의 무게
반대로 도시 재개발은 기존 장소를 둘러싼 갈등을 보여 준다. 영국 The Architects' Journal에 따르면 개발사 Berkeley는 런던 페컴의 에일셤 센터 재개발 계획에 대해 사법 심사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dRMM이 주도한 이 계획은 앞서 계획심판원(Planning Inspectorate)에서 거부된 바 있다. 규모는 다르지만, 이미 있는 장소를 바꾸는 일이 개인 주택이든 도시 개발이든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남길 것부터 정하기: 리모델링 전에 오래된 문짝, 원목 몰딩, 타일처럼 집의 이력이 담긴 요소 가운데 살릴 것을 먼저 골라 두면 새 집에서도 익숙한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 창밖 풍경을 기준으로 배치하기: 거실 소파나 식탁을 TV가 아니라 창을 향하게 놓으면 아파트에서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쉬는 자리가 생깁니다.
- 우리 집 생활 관찰하기: 일주일 동안 가족이 어디에 오래 머무는지, 물건이 어디에 쌓이는지 적어 보면 수납과 동선을 정할 근거가 됩니다.
- 쉬는 용도의 코너 따로 두기: 베란다나 창가 한쪽에 의자 하나와 작은 테이블만 두어도 잠깐 쉬어 가는 공간이 생깁니다.
- 공용 공간은 미리 확인하기: 확장이나 외관과 관련된 공사는 관리규약과 관련 절차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