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세계 디자인·건축 소식은 서로 다른 세 장면을 보여 줬다. 런던에서는 책이 공간을 만드는 재료가 됐고, 베트남 산간에서는 길 하나가 두 마을을 이었다. 튀르키예에서는 법원이 강 위의 개발 계획을 멈춰 세웠다. 규모도 분야도 다르지만, 공간이 사람과 자연 사이에서 어떤 관계를 만드는지 묻는다는 점은 같다.

런던: 2,000권의 책이 벽이 되다

일본 디자인 매체 AXIS Web Magazine에 따르면, 런던 디자인 뮤지엄이 영국의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 에스 데블린의 전시를 열었다. 그의 작업을 유럽에서 처음으로 돌아보는 회고전이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오페라 「카르멘」 무대 같은 대형 작업으로 알려진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An Infinite Library도 처음 공개됐는데, 2,000권이 넘는 책을 쌓고 엮어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책은 읽을거리에 그치지 않고 벽과 통로를 이루는 건축 재료로 쓰였다. 집에서 쌓여만 가는 책을 짐이 아니라 공간을 짜는 요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베트남: 산을 넘는 길이 이은 것

베트남 건설 전문지 Báo Xây dựng에 따르면, 하띤성 라오째 마을과 꽝찌성 까쎈 마을을 잇는 도로가 장만산을 넘어 놓이고 있다. 길이는 약 15km, 총투자액은 2,250억 동이다. 이 길은 국경 지역의 교통을 개선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두 마을에 사는 소수민족 쯧족이 더 자주 오가게 되면서 근친혼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길 하나가 공동체의 생활 반경과 관계를 다시 짜는 셈이다.

튀르키예: 강을 지키기 위해 멈춘 계획

튀르키예 건설 매체 Yapı.com.tr에 따르면, 빙괼주 겐치와 디야르바크르주 리제의 경계를 흐르는 사름 하천에 지으려던 비르수 수력발전소(HES) 사업이 제동에 걸렸다. 법원이 이 사업에 내려졌던 환경영향평가(ÇED) '긍정' 결정을 취소한 것이다. 판결은 생물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무언가를 짓기 전에 그 땅과 물이 견딜 수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 사례다.

공통점: 공간은 관계를 설계하는 일

세 사례를 함께 놓고 보면, 좋은 공간은 겉모습보다 무엇을 잇고 무엇을 지키는지로 평가받는다. 데블린은 책으로 사람과 지식을 이었다. 베트남의 도로는 떨어져 있던 마을을 연결했다. 튀르키예 법원은 개발보다 생태계를 앞에 뒀다. 집이라는 작은 공간에도 똑같은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책을 공간 재료로 쓰기: 거실 한쪽 벽이나 방 경계에 책장을 두면 수납장이자 가벽 역할을 함께 한다. 양면에서 쓸 수 있는 오픈 책장은 공간을 나누면서도 답답하지 않다.
  • 동선을 길처럼 설계하기: 현관에서 주방, 거실로 이어지는 주요 동선에서 걸리는 가구를 치우면 가족이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시간이 늘어난다.
  • 들이기 전에 따져 보기: 새 가구나 자재를 사기 전에 지금 있는 것을 고쳐 쓰거나 옮겨 쓸 수 있는지 먼저 살펴보면 폐기물과 비용을 함께 줄일 수 있다.
  • 공용 공간 배려하기: 아파트 리모델링 때는 소음·분진 작업 시간과 폐자재 처리 방식을 관리사무소와 미리 맞춰 두면 이웃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