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동네에 새 집을 지을 때 설계자는 흔히 두 가지 유혹 앞에 선다. 이웃 집들의 모습을 그대로 흉내 내거나, 아예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스타일대로 짓는 것이다. 호주 디자인 매체 The Design Files에 따르면, 최근 소개된 한 주택은 이 둘 중 어느 쪽도 고르지 않고 세 번째 길을 택했다.
건축가가 직접 지은 자기 가족의 집
주인공은 호주 사우스야라(South Yarra)에 들어선 '호크스번 하우스(Hawksburn House)'다. 설계는 Lande Architects의 디렉터 래클런 매カー들(Lachlan McArdle)이 맡았는데, 고객의 집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이 살 집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집이 들어선 곳은 역사적 맥락이 살아 있는 이른바 헤리티지 지역으로, 이미 오래 다듬어진 거리 풍경이 있다.
흉내도 무시도 아닌 '재해석'
The Design Files에 따르면 설계자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인 벽돌, 목재, 철을 골라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겉모양을 복제하는 대신, 동네를 구성하는 재료의 언어를 빌려와 현대적인 형태로 다시 조합한 셈이다. 그 결과 이 집은 새 건물이면서도 기존 거리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집으로 평가받는다.
이 접근이 흥미로운 이유는 '어울림'의 기준을 형태가 아닌 재료에서 찾았다는 데 있다. 지붕 모양이나 창의 배치를 그대로 따라 하지 않아도, 같은 계열의 재료가 반복되면 사람의 눈은 그 건물을 동네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쉽다. 반대로 재료가 같더라도 쌓는 방식이나 조합을 바꾸면 충분히 지금 시대의 집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인테리어에도 통하는 원리
이 원리는 집 밖뿐 아니라 집 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미 있는 공간의 재료와 색을 존중하면서 새 요소를 더하면, 리모델링 후에도 집 전체가 따로 놀지 않는다. 오래된 집을 고칠 때 모든 것을 걷어내는 대신 남길 것과 바꿀 것을 가려내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기존 재료에서 출발하기: 부분 리모델링을 할 때는 바닥재, 문틀, 몰딩처럼 그대로 둘 요소의 색과 질감을 먼저 확인하고, 새 자재를 그 계열에 맞추면 이질감이 줄어든다.
- 재료 가짓수 줄이기: 벽돌·목재·철처럼 핵심 재료를 두세 가지로 정하고 공간 곳곳에 반복하면 좁은 아파트에서도 통일감이 생긴다.
- 복제 대신 변주: 마음에 드는 레트로 요소가 있다면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색이나 마감만 빌려와 현대적인 가구·조명과 섞어 보자.
- 주택이라면 동네 풍경 살피기: 단독주택 외관을 손볼 때는 이웃 집들의 외벽 재료와 색을 둘러보고, 크게 튀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개성을 더하는 것이 오래 보기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