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여러 나라의 건축·디자인 매체를 함께 읽으면 하나의 주제가 반복된다. 공간을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일보다, 그 장소에 이미 쌓여 있는 시간과 문화를 어떻게 읽고 이어 갈지를 고민한다는 점이다. 백화점 부지의 변화, 색의 문화사, 디자인 축제, 기억을 중심에 둔 건축가의 생각까지 네 장면을 묶어 봤다.
장소는 지난 시간을 기억한다
ArchDaily 중국판에 따르면, 1979년 도쿄에서 태어나 현재 파리에서 활동하는 일본 건축가 다네 쓰요시(田根剛)는 기억을 설계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 2006년 파리에 ATTA(Atelier Tsuyoshi Tane Architects)를 세운 그는 Louisiana Channel과의 인터뷰에서 건축을 관찰과 사유가 결합된 분야로 설명했다. 그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설계는 아무것도 없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땅에 남은 흔적을 세밀하게 살피고, 표면 아래에 자리한 물리적·문화적·정서적 층위를 탐색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색에도 일대기가 있다
ArchDaily 브라질판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 실내에서 색은 하나의 생애를 지닌 존재처럼 다뤄진다. 색은 기원을 갖지만 고정되지 않고, 재료와 분야를 넘나들며 지역의 일상적 쓰임에서 건축으로, 평범한 것에서 상징적인 것으로 옮겨 간다. 어떤 연상은 사라지고 새로운 의미가 붙기도 하며, 누구도 문화로 의식하지 않은 채 이어지기도 한다. 색이 만들어지고 쓰이고 반복되는 조건이 바뀌면 그 의미도 함께 변한다는 설명이다.
도시의 자리, 새로운 쓰임
The Architects' Journal에 따르면, 설계사무소 겐슬러(Gensler)는 영국 버밍엄의 하우스 오브 프레이저 백화점을 대체할 복합용도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계획에는 주택 510가구가 들어서는 타워 두 동이 포함됐다. 상업 공간이었던 도심의 자리가 사람이 사는 곳으로 바뀌는 사례로, 장소의 쓰임이 시대에 따라 다시 짜이는 모습을 보여 준다.
교류의 장으로서의 디자인 축제
ArchitectureAU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 디자인 위크는 2027년 프로그램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매년 11일간 열리는 이 축제에는 디자이너와 연구자, 업계 전문가, 디자인 애호가가 모여 생각을 나누고 신작을 전시하며 교류한다.
나라별 차이와 공통점
영국 사례는 도시 규모의 용도 전환이고, 브라질 기사는 색이라는 감각적 요소의 문화적 의미를, 중국 매체가 소개한 일본 건축가는 장소의 기억을 다룬다. 접근하는 크기는 서로 다르지만, 공간에 이미 있는 것을 읽어 낸 뒤 다음 쓰임을 정한다는 태도는 닮았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뜯기 전에 먼저 관찰하기: 철거 전에 기존 마루, 문틀, 붙박이장 가운데 상태가 좋고 집의 시간을 담은 요소가 무엇인지 기록하고, 살릴 것과 바꿀 것을 나눈다.
- 색에 집의 이야기를 담기: 유행 색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가족이 오래 써 온 가구나 물건에서 색을 뽑아 벽이나 패브릭에 이어 쓰면 공간이 한결 자연스러워진다.
- 공간 용도는 생활에 맞춰 다시 짜기: 잘 쓰지 않는 방이나 알파룸을 서재, 취미실, 수납 공간 등 지금 생활에 맞는 쓰임으로 바꿔 본다.
- 흔적을 디자인 요소로 남기기: 오래된 원목 가구나 손때 묻은 소품을 새 마감재 옆에 의도적으로 배치하면 새집 같은 밋밋함을 덜 수 있다.
- 디자인 행사로 시야 넓히기: 국내외 디자인 전시나 축제 소식을 챙겨 보며 재료와 색 조합의 아이디어를 모아 둔다.






